역사

걸프전쟁, 정의란 무엇인가?

부르넬로 2023. 12.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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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유주의 vs 사회주의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은 이젠 더 이상 의미심장한 영향력을 내뿜지 못한다. 오랜 기간 유럽과 유럽 너머로 세계를 장악했던 『성경』과 비교하기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냉전'이라는 한차례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상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사회주의가 말하는 이상은 시작과 끝이 평등한 사회이다. 하지만 출발선만 공정한 자유주의가 승리했다. 경제와 사회가 개인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놓아두었다. 시험과 사업으로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들은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로 추앙받아 마땅하게 여겨진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경쟁에서 진 도태된 사람들로 여겨진다.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마약에 취한 채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은 마땅히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억대로 치솟는 아파트값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지만 세계적인 흐름이 성장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노력에 노력을 더해 얻거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그저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툴툴거리는 사람들은 더 빠르게 도태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령처럼 고개를 드는 사회주의는 유령으로만 남을까? 가뜩이나 머릿수가 적은 젊은 세대들 중 다수는 수많은 갈래로 분열된 채 희망을 품기보다 절망과 우울로 연명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와 같은 현실 앞에서 '사회주의'라는 유령은 언제나 부활을 꿈꾸지만 눈을 뜨면 잊히는 꿈으로 남을 듯하다.

 

 

2. '미국'이란 황제의 등극

 

  1990년,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논리와 같았다. 이 논리는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제히 국외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 전쟁에 미국이 개입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은 최첨단 기술로 이라크를 몰아내면서 '정의'를 외쳤다. 냉전이 끝난 직후였다. 걸프전쟁은 '자유주의' 미국이 세계에 보여준 영향력과 다름없었다. 미국은 비로소 절대강자에 오른 것이다. 경제와 사회는 자유에 맡겼다. 하지만 정치는 오로지 미국의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똥'을 싸더라도 그 따뜻한 똥을 두 손으로 받은 채 '건강한 미국'을 외쳐야 했으며 미국과 대등해지기 위한 길은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기 때문에 험난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걸프전쟁은 이 체계의 시발점이다. 자유주의는 거침없는 성장으로 그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KO패를 당한 채 끝까지 누워 있을까? 니체가 매듭지은 "신은 죽었다"처럼 "사회주의는 죽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은 '짱깨'와 같은 단어들로 정치적으로 오염되어 있지만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바로 본다면 조금 더 진지해질지도 모른다. 중국은 이미 1,000년 전 송나라 때부터 정치는 황제에게 귀속시키고 경제와 사회는 자유주의에 맡겼다. 오늘날 세계가 돌아가는 체계를 이미 1,000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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