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1년차 새댁입니다.
지금 집 나와서 친정에 와 있어요. 6일째입니다.
남편은 매일 같이 친정에 왔다가 집안에도 못 들어오고
돌아가는데 그래도 제 앞에서는
제가 너무 심하게 대처하는 거 같으니
집 들어가라시면서 남편 앞에서는 제 편 들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예요..
현지 지방에 거주하고 있고 친정, 시댁 다 같은 지역이예요.
6월 22일이 저희 결혼기념일이예요.
월요일, 정말 참다못해 집을 나온 거고요.
남편의 낚시질은 결혼하고 한 달 뒤부터 시작됐어요.
분위기 좋은데 알아두었으니 예쁘게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란 말에 정말 콧노래 흥얼거리고 잔뜩 기대하고
남편 퇴근 후 따라 나섰더니 도착한 곳이 시댁...
지방이라지만 소도시는 아니라 길이 굉장히 복잡한데
알 만한 길로 가면 눈치 바로 챌 테니 둘러둘러
40분 거리를 1시간을 가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넘어갔어요. 애교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게 두 번, 세 번...
첫 결혼기념일까지 포함해서 총 10번이 넘어요.
중간 중간 눈치챌까봐, 의심살까봐 얼마나 철저하게
포장을 해서 낚시질을 하는지 한 번은 차 트렁크에 꽃이랑
풍선 잔뜩 넣어두고 중간에 놓인 상자에서 안대를 꺼내더라고요.
안대 끼고 이동하고 안대 푸니 도착한 곳은 시댁.
아오, 씨 지금 생각해도 개빡치네
싫은 티는 냈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갔어요. 괜히 싸우기 싫어서.
한 번은 어디 식당 새로 생겼다며 사진을 줄줄이 보내고
예약해뒀다 캡처까지 보내길래 오~하며 따라나섰더니
거기 가게 앞에 그냥 쌩~~지나치더라고요 ㅋㅋㅋ
뭐야?했더니 알면서~하길래 미쳤냐고 소리쳤거든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길래 거기에 또 낚시질 당해서...
아무튼 매번 더 새롭고 신박하고 ㅈㄹ맞은 수법으로 당했어요.
중간에 제가 살짝 눈치채고 좀 포기한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고요.
이번 월요일 첫 결혼기념일에는
남편이 며칠 전부터 아끼는 정장 세탁소에
드라이 맡기라길래 그렇게 했죠.
또 낚시질하는 걸까봐 이번에 또 그럼 이혼이라고 엄포 놓고
제 원피스에 구두까지 이쁜 거 사주면서 이거 입고 신고 이번엔
정말 좋은데 가자 하더라고요.
진짠 줄 알았죠.
설마설마 기념일까지 그러겠나...
아닐거야 하면서... 코로나 때매 그동안 밖에도 잘 못 나가서
정말 잔뜩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일단, 저는 집에서 일해요.
압화로 수작업해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최근에 주문 물량이 너무 많아서 밤샘 작업 했고
잠이 많이 부족했던 터라 차 안에서 비몽사몽 계속 잤어요.
남편이 깨우길래 일어났더니 또 시댁.
방심하고 잠든 내가 잘못이지 제 머리 끄댕이
쥐어뜯으면서 소리 엄청 질렀어요.
첫 결혼기념일까지 이 ㅁㅊ짓을 해야겠느냐고...
남편은 당황해서 찍소리 못하다가 막 재밌다는 듯이
낄낄 웃어대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차에서 내려서 조수석 문 발로 쾅 차고
그 길로 바로 친정 왔어요.
도중에 몇 번 붙잡히긴 했는데 제가 과하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길거리에서 울고불고 남편 가슴팍 미친듯이 때리다가
안 놔주길래 주변에 도와달라고 소리치면서 벗어났어요...
그러니 다행히 안 따라왔어요.
남편이 이런 장난을 왜 치는 건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말은 그냥 낚인 줄 모르고 준비하고 기대하는 절 보면
너무 재밌고 귀엽대요.
그럼 대체 왜 시댁을 데려가느냐 물어도 이유는 너도 우리 엄마 좋아하잖아 예요.
ㅁㅊ...
시어머니 좋긴 좋아요. 명절 때도 그냥 본인 혼자 여행 가고
본인 친정 가시고 저희야 오든 말든 연락 하든 말든
정말 신경 안 쓰는 마이웨이시거든요.
게다가 남편이 저리 불쑥불쑥 찾아가면
본인이 더~~~ 싫어하세요.
찾아가서 진짜 좋게 밥 먹고 오는 게 아니라
치킨시켜 먹고 오거나 어머님이 없거나 약속 있으니
너희들끼리 있다 그냥 가라 그래요.
어머님은 남편의 이런 장난을 본인이 더 싫어하시는데...
저희 친정어머니한테 이번에 본인 잘못도 아닌데
사죄하셨네요. 잘못 키워 죄송하다,
oo이 한동안 신혼 집 보내지 말어라 그놈이 철이없다
면목 없다 하시면서... 찾아와도
절대 집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본인이 강하게 거절하고
제 입장을 두 번 세 번 더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시어머니가 그러셨다네요.
저한테는 따로 연락은 없으세요.
원래 연락 잘 안하셨고 남편이 평소에 전화해도
세네 통 해야 겨우 받을까 말까 하세요...
친정 집 와 있으니 작업을 못해서 주문 발송도 늦어지고
캔슬 놓은 주문도 있어서 손해도 커서...
집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도무지 남편이랑 살 부대끼며 살고 싶지가 않아요.
얼굴 보는 것도 지금 토 쏠릴 정도로 상상만 해도 싫거든요...
도저히 진짜 남편이 저러는 이유를 1도 모르겠고
유년 시절에 남편이 유학 생활 오래해서
애정결핍인가 그래서 자칭 마마보이인가 그런건가
이해하려해도 아니 그거랑 이건 경우가 좀 다르잖아요...하...
여러분... 이거 제가 지금 너무 오버하는 걸까요
이거 그냥 귀여운 장난이에요? 절대 아니죠...?
후기)
어제 저녁에 글을 올리면서도 그냥 저는 한풀이 정도였어요.
사실 한켠에는 이혼 보다는 몇 번 더 참고 잘 이야기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별 거 아닌 일을 크게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오늘 아침 댓글이 삼백 개가 넘은 걸 보고 정말 많이 기함했습니다.
그리고 댓글 대부분이 남편 소시오패스, 정신병자...
덜컥, 겁나더라고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일인 것 같아서요.
남편이 오늘은 점심 전부터 아파트 놀이터에서
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부모님께 듣고 나서
정말 많은 생각 끝에 남편 만나러 나갔어요.
남편이 막 울더라고요. 카페로 자리 옮기는 와중에
댓글들 생각나면서 내 남편인데 뭔가 소름돋고
많이 무섭고 애처로운 마음도 들면서도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일단, 저는 제가 감당못할 이야기를 들어버려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오히려 이혼 이야기 들었을 때 남편이 정말 생전 처음 보는 얼굴로
그러자 라고 해서 어안이 벙벙하고... 아직 믿기진 않아요.
일단 이야기가 많이 길어질 것 같지만
이야기를 하자면 시어머니는 남편을 낳고서
산후우울증으로 남편 키우기를 거부하셨대요.
그래서 남편은 아버지 손에 컸고 8살 될 때까지
엄마가 있는 줄도 몰랐대요.
8살 때 아빠가 책가방 사주면서 좋은데 가자~하고
데려간 게 어머님 집이었다네요... 그렇게 2년을 좋은데 가자~ 하면
따라나서던 게 엄마 집이고 갈 때마다 엄마랑 같이 있는 거
자체만으로도 그냥마냥 행복하고 좋았다고... 막상 찾아가면
어머니는 말 한 번 건네는 적이 없는데
그래도 선물은 항상 있었다네요.
그러다가 아버님이 남편 11살 넘어가던 해에 돌아가시고
(이건 제가 연애 때 들은 이야기이고 교통사고였습니다.)
보험금이 꽤 많이 나왔었대요. 그 돈으로 캐나다에 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모 네로 유학을 갔고
그렇게 20살 때까지 남편은 캐나다에서 살았어요.
처음 캐나다에서 반 년간 이모 네에서
어머니랑 살다가 아침에 눈 떠보니 어머님이 안 계셨다네요.
그렇게 가끔 일 년에 한두 번 어머니가 찾아오고
그냥 그게 다였대요.
그마저도 좀 큰 이후로는
단 한 번의 연락도 찾아오는 일도 없으셨다고.
캐나다 가기 전 1년간 어머님과 함께 살았는데
그게 남편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기억이라고 해요.
캐나다 갈 때도 무서웠지만,
엄마랑 앉아 있는 그 시간이 더 무서웠대요.
어머니한테 맞았느냐 학대당했느냐 물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차라리 매라도 맞았으면 엄마가 관심은 있구나 생각해서
그나마 위로였지 않았겠느냐 하는데
그 말엔 공감이 가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힘들었구나
생각하니까 저도 숨이 턱턱 막히더라고요.
그러한 어머니가 남편에게 그나마 말다운 말을 붙이기 시작한 게
저를 만나고 나서라는데... 그냥 어머님이 저를 자기보다 이뻐한대요.
그래서 그게 너무 좋다고... 저는 어머니가 저를 이뻐한다는 생각을 못해봤거든요.
항상 만나면 저한테도 데면데면하시고 관심을 크게 가지질 않아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남편은 아니라고 정말 이뻐하는 거라 하네요.
아무튼 좋은데 가자고 하고 왜 시댁을 데려갔느냐의
이유는 엄마가 자기한테 관심가져 주는 게 좋았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뭔가 저의 반응이 너무 재밌었대요.
저한테 장난칠 준비를 하는 그 순간도 너무 재밌고 살아있는? 기분이었대요.
근데 엄마랑 저를 택하라면 자기는 목숨보다 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눈빛이 슬픔? 보다는 그냥 딱 첫 느낌 와닿기에 집착처럼 보여서 좀 무서웠어요.
많은 분들이 연애 때는 왜 몰랐느냐 하시는데 남편은
연애 때도 지금도 저 밖에 몰라요.
남들이 말 걸면 정말 차갑거든요. 눈빛이 차가워요.
그냥 제 부모님, 제 주변 친구들한테는 둘도 없는 남친이고 남편이예요.
진짜 전생에 제가 정말 사랑해 준 골든리트리버였을 게
분명하다는 말 들을 정도로 남편은 연애 7년 동안 저한테 변함없이 너~무 잘해줬어요.
모든 게 나한테 맞춰진 사람이구나 생각들 정도로..
결혼하고서도 시댁 장난치는 거 빼고는
온갖 집안 일이며 사소하게는 길 가다 예쁜 게 있으면
꽃이든 물건이든 내 생각났다며 사다주고
맛있는 건 꼭 밖에서 혼자 먹더라도 한두 개 더 사오고.
연애 때에는 남편 폰에 저랑 어머니만 저장된 걸 보고
많이 놀랐었는데 당시 어린 맘에 (23살)
괜히 여자들이랑 이래저래 연락하고 속 썩이는 남자들보다
더 좋다 생각했고 그래도 한두 명 정도는
연락처가 늘어나기도 하니까 별 신경 안 썼어요.
사랑만 봤던 거 같아요. 사람은 안 보고...
딱 한 가지 지금에 와서야 번뜩 생각나는 건 연애 때
데이트 장소에 제가 좀 늦게 도착했는데 남편 바로 옆에
어떤 애가 울고 있는데 남편은 그 애를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 제스쳐도 없이 그냥 눈만 내리깔고 보고 있었다 해야 하나? 그런 느낌?
제가 다가가서 남편 이름 부르고 애기 누구야?
무슨 일이야 자기는 왜 애가 우는데 가만 있어?!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애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세상 다정하게
자초지종 물어봤어요. 그땐 이상하게 생각 안했고
제 기억에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튼 지금 저도 정상이 아닌 거 같이 자꾸 짜맞추게 되네요.
일단 저는 남편의 과거사를 들은 후에
애처롭기는 하지만, 제가 감당할 만한 가족사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이 사람 놓아버려도 되나 싶었지만, 이혼 이야기 진지하게 꺼내고
내가 감당 못할 거 같다 했을 때 그러자고 바로 말했던 남편이...
표정이 정말 차가웠거든요.
내 남편 맞나 내가 근 10년을 알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말하던 사람 표정이 아니었어요. 소름끼쳤거든요.
순간 철렁 심장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사이다 후기는 아니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사실 저질렀지만 남편의 심중을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혼할 겁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내가 10년을 몰랐던 이야기가 이렇게 튀어나오는데
얼마나 더 있을까 생각하면...
더 이상 쓰게 되면 진짜 구구절절일까봐 아무튼 여러 모로 감사합니다.
(원제: 좋은데가자고 뻥치고 시댁데려가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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